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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라 백인일수(小倉百人一首) 번역입니다. 백인일수는 100명의 시인(歌人)이 지은 와카(和歌)를 1명당 한 수씩 골라 만든 시 모음집입니다. 처음에는 번역만 적어 놓을 생각이었는데,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공부를 하다 보니 정리도 해 둬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 각각의 시구마다 해설을 해 보려고 합니다.
백인일수는 일본에서 소학생(초등학생)~고등학생이 배우는 내용입니다. 소학생을 위한 백인일수 서적도 꽤 많이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이 일본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꽤 어려운 학습 자료입니다. 일단 외국인 입장에서는 역사적 가나 표기(歴史的仮名遣)를 배운 적이 없는 점이 가장 큰 장벽이 될 겁니다.
이 글에서는 역사적 가나 표기를 자세히 설명 드리기는 어렵고, 역사적 가나 표기가 쓰인 부분이 나오면 간단히 설명만 하겠습니다. 더 자세히 공부하고 싶으신 분은, 저의 글은 입문용으로만 사용하시고 일본어를 더 배우셔서 일본인이 쓴 책을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게 일본어 실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공부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오구라 백인일수의 다섯 번째 시구(詩句)입니다. 일부러 /로 끊어서 표기합니다. 제가 쓴 백인일수 해설과 번역은 아래 링크에서 모아서 보실 수 있습니다.
5.
奥山に / 紅葉踏み分け / 鳴く鹿の
声聞く時ぞ / 秋は悲しき
역사적 가나 표기
おくやまに / もみぢふみわけ / なくしかの
こゑきくときぞ / あきはかなしき
현대 가나 표기
おくやまに / もみじふみわけ / なくしかの
こえきくときぞ / あきはかなしき
해석
깊은 산 속에 / 낙엽을 즈려밟고 / 우는 사슴의
소리를 듣는 그때 / 가을은 슬프구나
※ 일본어 고유 명사의 한글 표기는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을 따릅니다.
오구라 백인일수의 다섯 번째 수는 사루마루노 다유 또는 사루마루노 다이후(猿丸大夫, さるまるだゆう 또는 さるまるのたいふ)의 작품입니다. 생몰년 미상의 인물이고, 실존 인물인지 자체에 대해서도 의심을 받기도 합니다. 생몰년을 추정하는 경우에는 8세기 초반의 인물로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참고로 猿丸大夫의 이름은 さるまるだゆう로 표기하는 자료가 많습니다. さるまるのたいふ는 さるまるだゆう와 병기하는 자료가 많습니다.
● 대부(大夫)는 과거의 관직 이름입니다. たいふ라는 발음은 여기에서 온 것입니다. 몇 품의 관리를 의미하는지는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2~5품의 관리를 의미했습니다.
● 한편 たいふ → たゆう → だゆう로 변화하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역사적 가나 표기법의 발음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까지 얽히면, 이름을 한글로 적을 때 타이후, 다이후, 다유우, 다유 등으로 표기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 백인일수를 배우는 사람 중 일본어를 안 배운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냥 일본어로 적으면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猿丸大夫는 후지와라노 긴토(藤原公任, ふじわら の きんとう)가 선정하여 시를 모은 아스카 시대~헤이안 시대의 시인(歌人)을 칭하는 36가선(三十六歌仙)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이번 수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상구(上の句, かみのく)부터 해설하겠습니다.
奥山 | おくやま / 깊은 산 속 |
紅葉 | もみじ / 단풍, 단풍잎, 낙엽 |
踏み分ける | ふみわける / (밟으며) 헤쳐 나아가다. 단풍이 많이 쌓인 곳에서 단풍을 밟으며 나아가는 모습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 여기서는 사람이 낙엽을 밝는 건지, 사슴이 낙엽을 밟는 건지 의견이 나뉩니다. 양쪽 다 말이 되기 때문에, 배우는 입장에서는 양쪽 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 여기서는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떠올리며 '즈려밟다'로 번역하였습니다. 하지만 표준어는 '지르밟다'입니다. |
鳴く | なく / (새・벌레・짐승 등이) 울다 |
鹿 | しか / 사슴 |
이제 하구(下の句, しものく) 해설입니다.
声 | こえ / 소리, 목소리. • 역사적 가나표기법으로는 こゑ입니다. 히가라나 ゑ 그리고 가타카나 ヱ는 わ행え입니다. 현대에 와서는 え와 똑같이 읽지만, 당시의 발음은 we(ウェ, 웨)였을 것입니다. • 참고로 히라가나 ゐ와 가타카나 ヰ는 わ행い, 즉 wi (ウィ, 위)입니다. 현대에 와서는 い로 발음합니다. |
聞く | きく / 듣다 |
時 | とき / 때 |
ぞ | 의미를 강조하는 계조사(係助詞) • 문장 중간에 올 때에는, 문장 끝의 활용어를 연체형으로 씁니다. 여기서는 형용사 悲し의 연체형 悲しき가 문장 끝에 왔습니다. 참고로 고어(문어)에서 형용사는 し로 끝나고, 활용형이 현대어(구어)와는 다릅니다. • 예를 들어 "슬픈 꿈"을 표현할 때 고어(문어)에서는 悲しき夢라 하고, 현대어(구어)에서는 悲しい夢라 합니다. • 여기서는 사슴이 우는 소리를 듣는 때, 바로 그 순간에 슬프다는 이야기입니다. • 문장 끝에 ぞ가 있는 경우에는, 그 문장을 강하게 잘라 말하는 의미를 담습니다. |
秋 | あき / 가을 |
悲し | かなし / 悲しい(かなしい, 슬프다)의 고어(문어)형 |
단어도 쉽고, 이해하기도 쉬운 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