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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일수 해석] 제6수 鵲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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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일수 제6수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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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라 백인일수(小倉百人一首) 번역입니다. 백인일수는 100명의 시인(歌人)이 지은 와카(和歌)를 1명당 한 수씩 골라 만든 시 모음집입니다. 처음에는 번역만 적어 놓을 생각이었는데,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공부를 하다 보니 정리도 해 둬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 각각의 시구마다 해설을 해 보려고 합니다.


백인일수는 일본에서 소학생(초등학생)~고등학생이 배우는 내용입니다. 소학생을 위한 백인일수 서적도 꽤 많이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이 일본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꽤 어려운 학습 자료입니다. 일단 외국인 입장에서는 역사적 가나 표기(歴史的仮名遣)를 배운 적이 없는 점이 가장 큰 장벽이 될 겁니다.


이 글에서는 역사적 가나 표기를 자세히 설명 드리기는 어렵고, 역사적 가나 표기가 쓰인 부분이 나오면 간단히 설명만 하겠습니다. 더 자세히 공부하고 싶으신 분은, 저의 글은 입문용으로만 사용하시고 일본어를 더 배우셔서 일본인이 쓴 책을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게 일본어 실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공부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오구라 백인일수의 여섯 번째 시구(詩句)입니다. 일부러 /로 끊어서 표기합니다. 제가 쓴 백인일수 해설과 번역은 아래 링크에서 모아서 보실 수 있습니다.


6.

鵲の / 渡せる橋に / 置く霜の

白きを見れば / 夜ぞ更けにける


역사적 가나 표기

かささぎの / わたせるはしに / おくしもの

しろきをみれば / よぞふけにける (현대 가나 표기와 동일)


현대 가나 표기

かささぎの / わたせるはしに / おくしもの

しろきをみれば / よぞふけにける


해석

까치가 엮어 / 건너게 한 다리에 / 내린 서리의

하얀 빛깔을 보니 / 밤 깊어가는도다


※ 일본어 고유 명사의 한글 표기는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을 따릅니다.


오구라 백인일수의 여섯 번째 수는 오토모노 야카모치(大伴家持, おおとも の やかもち) 또는 주나곤 야카모치(中納言家持, ちゅうなごんやかもち) 작품입니다. 참고로 中納言(중납언, ちゅうなごん)은 관직 이름입니다. 오구라 백인일수에서는 관직 이름을 붙여 中納言家持로 되어 있고, 다른 문서에서는 大伴家持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몰년 미상으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8세기 인물로 추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몰년을 718년~785년으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大伴家持도 후지와라노 긴토(藤原公任, ふじわら の きんとう)가 선정하여 시를 모은 아스카 시대~헤이안 시대의 시인(歌人)을 칭하는 36가선(三十六歌仙) 중 한 명입니다.


상구(上の句, かみのく)부터 해설하겠습니다.


 鵲

 かささぎ / 까치. 한자는 '까치 작'입니다. 오작교(烏鵲橋)에서도 볼 수 있는 그 한자입니다.

 渡せる

 '건네주다, 건너게 하다'를 뜻하는 「わたす」의 활용형. 직역하자면 "건너가게 한".
 • 아래는 고전 문법에 관한 설명입니다. 필요하신 분만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 る는 완료・존속의 조동사 り의 연체형. り 앞에는 サ행변격활용의 미연형과 4단활용의 이연형이 앞에 붙습니다. 이 글에서는 4단 활용을 하는 渡す의 이연형 わたせ가 붙었습니다. 참고로 조동사 り의 활용은 ら・り・り・る・れ・れ (미연・연용・종지・연체・이연・명령)입니다. ラ행 변격활용과 동일합니다.

 橋

 はし / 다리

 鵲の渡せる橋

 かささぎのわたせるはし / 까치가 건너가게 해준 다리. 오작교를 의미합니다.

 置く

 おく / 두다, 놓다

 霜

 しも / 서리, 성에; (비유적으로) 흰 머리


이제 하구(下の句, しものく) 해설입니다.


 白き

 '희다'를 뜻하는 고어(문어) 白し의 연체형(ク활용). 현대어(구어)에서는 白い입니다.

 見れば

 해석하자면 "보니까, 보니". '보다'를 뜻하는 見る(みる)의 이연형 + 접속조사 ば

 • 구어(현대어)와는 조금 의미가 다릅니다. 문어(고어) 문법에서 이연형+ば는 확정 조건(우연・계기)을 의미합니다. "~すると"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 한국어로 해석할 때는 "~를 보니 (우연・계기)"로 해석하시면 됩니다. "옆을 보니 사람이 있었다"라는 문장을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옆을 보니까 우연히 사람이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도 "하얀 걸 보니까 밤이 깊어가는 게 느껴진다(계기)"라는 의미로 쓰였습니다.

 夜

 よる・よ / 밤

 ぞ

 의미를 강조하는 계조사(係助詞). 5수에서도 다뤘습니다.

 • 문장 중간에 올 때에는, 문장 끝의 활용어를 연체형으로 씁니다. 이 글에서는 문장 끝의 조동사 けり가 연체형 ける로 바뀌었습니다.

 • 여기서는 밤을 강조하는 의미로 쓰였습니다.

 • 문장 끝에 있는 경우에는, 그 문장을 강하게 잘라 말하는 의미를 담습니다.

 更く

 구어(현대어) 更ける(ふける)의 고어(문어)형입니다. "(밤・계절이) 깊어지다, 깊어 가다"라는 뜻입니다.

 更けぬ

 2수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 ぬ는 "~했도다"라는 의미의 조동사 아어(雅語, がご)입니다. 우아한 말이라는 뜻인데, 옛날 귀족이 썼을 법한 말투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 ぬ 앞에는 (흔히 ます형이라고 부르는) 연용형이 옵니다. 일본의 영화 風立ちぬ와 문법적으로 동일합니다. "風立ちぬ"의 공식 한국 번역은 "바람이 분다"입니다만, 직역을 하자면 "바람이 불었도다"입니다. 이 글에서는 하2단 활용을 하는 更く의 연용형인 更け가 왔습니다.

 • 해석하자면 "깊어가는도다"입니다.

 ける

 역시 2수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 ける는 蹴る(차다)가 아닙니다. 조동사 아어(雅語, がご) けり의 연체형입니다. 조동사 けり는 앞에 연용형(ます형)이 붙어서 "~하고 있다" 또는 "~했다"라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앞에 연용형(ます형)이 오기 때문에, 更けぬ가 更けに로 바뀌었습니다.

 更けにける

 위를 종합하면 "깊어기고 있도다", "깊어가고 있구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더 쉽게 쓰지 못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전 문법 내용을 쉽게 풀어서 쓰다 보면 글을 쓰는데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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