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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뤄 두었던 오구라 백인일수(小倉百人一首) 해설을 해보려고 합니다. 백인일수는 100명의 시인(歌人)이 지은 와카(和歌)를 1명당 한 수씩 골라 만든 시 모음집입니다. 처음에는 번역만 적어 놓을 생각이었는데,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공부를 하다 보니 정리도 해 둬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 각각의 시구마다 해설을 해 보려고 합니다.
일본에서 백인일수는 소학생(초등학생)~고등학생이 배우는 내용입니다. 소학생을 위한 백인일수 서적도 꽤 많이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이 일본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꽤 어려운 학습 자료입니다.
더 자세히 공부하고 싶으신 분은 저의 글은 입문용으로만 사용하시고, 일본어를 더 배우셔서 일본인이 쓴 책을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그게 일본어 실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공부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오구라 백인일수의 첫 번째 시구(詩句)입니다. 일부러 /로 끊어서 표기합니다. 제가 쓴 백인일수 해설과 번역은 아래 링크에서 모아서 보실 수 있습니다.
1.
秋の田の / かりほの庵の / 苫をあらみ
我が衣手は / 露に濡れつつ
역사적 가나 표기
あきのたの / かりほのいほの / とまをあらみ
わがころもでは / つゆにぬれつつ
현대 가나 표기
あきのたの / かりおのいおの / とまをあらみ
わがころもでは / つゆにぬれつつ
해석
가을 논 옆의 / 짚으로 엮은 초막 / 이엉이 엉성해
내가 입은 옷 소매 / 이슬에 젖는구나
※ 일본어 고유 명사의 한글 표기는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을 따릅니다.
오구라 백인일수의 첫 번째 수는 덴지천황(天智天皇, てんじてんのう)의 작품입니다. 626년~672년에 생존했다고 알려진 인물이고, 제38대 천황이라고 합니다. 가을에 논 옆에 오두막을 지어 놓고 농작물을 지키는 농부의 모습을 표현하였습니다. 천황이 농민의 고초를 떠올리며 썼다고 해석하기도 하고, 그냥 가을 밤의 정취를 떠올리며 썼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상구(上の句, かみのく)부터 해설하겠습니다.
秋の田 | あきのた / 가을 논. 여기서 田는 논으로 해석하는 게 좋겠습니다. 한국에서 田(밭 전)은 밭, 畓(논 답)은 논으로 나누어 부르는데, 일본에서는 주로 田(た)는 논, 畑(はたけ)를 밭으로 부릅니다. |
かりほ | 仮の庵(かりのいほ), 刈り穂(かりほ)를 중의적으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 드립니다. |
刈り穂 (刈穂) | かりほ / 잘라 낸 벼 이삭 |
庵 | いおり, いお / 오두막. 참고로 오두막은 집이고, 원두막은 지붕만 있는 휴식 공간입니다. いおり가 더 많이 쓰이기는 하지만, 사전에 いお도 등재되어 있습니다. 역사적 가나 표기로는 いほ, 현대 가나 표기는 いお입니다. あん / 암자. 음식점 이름에 많이 붙습니다. |
かりほ | • 刈穂는 예나 지금이나 かりほ입니다. 하지만 仮庵는 역사적 가나 표기법으로는 かりいほ (줄여서 かりほ), 현대 가나 표기법으로는 かりいお(줄여서 かりお)입니다. • 즉 옛날 사람이 보기에는 刈穂 = 仮庵 = かりほ였습니다. 하지만 현대 가나 표기로는 刈穂 = かりほ, 仮庵 = かりお로 서로 다릅니다. • 일본인들도 かりほ라는 역사적 가나 표기를 현대적 가나 표기로 옮길 때(=읽을 때) かりお와 かりほ 중 어느 것을 써야 하는지(=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하는 정도입니다. 일단 かりお로 쓰는 자료가 많지만 かりほ로 쓰는 자료도 있다는 정도로 배워 두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제 글에도 일단은 かりお로 적어두었습니다. |
苫 | とま / 뜸, 이엉. 뜸은 "짚, 띠, 부들 따위로 거적처럼 엮어 만든 물건"을 말합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이엉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사용되는 것 같으니까 이엉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
粗い | あらい / 거칠다, 조잡하다. 제가 찾아 본 자료에서는 모두 히라가나로 적혀 있었습니다. |
苫をあらみ | …を + 형용사 어간 + み = …が (형용사) なので 따라서 苫があらいので로 해석하시면 됩니다. 직역하자면 "이엉이 조잡하여"입니다. 고문(古文)에서나 볼 법한 문법입니다. |
이제 하구(下の句, しものく) 해설입니다. 하구는 쉽습니다.
我が | わが / 나의, 우리의 |
衣手 | ころもで / 옷소매. 袖(そで)와 같은 뜻입니다. 雅語(がご)라고 하여 주로 헤이안 시대 고전 문학에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
露 | つゆ / 이슬. 발음이 같은 梅雨(つゆ)는 장마라는 뜻입니다. |
濡れる | ぬれる / 젖다 |
~つつ | (연용형(ます형)에 붙어서) ~하면서, ~하면서도, (진행・반복) ~하는 중. 여기서는 濡れつつ를 직역하기보다는 '젖는구나' 정도로 해석하면 좋겠습니다. |
댓글 영역
이렇게 친절하게 번역해주시고 설명도 쉽게 해주시니 큰 도움이 됩니다~~
일본 입시용 고문(古文) 책을 한 권 가지고 있고, 그걸로 고전 문법 공부도 했습니다만, 백인일수 자체는 일본 블로그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처음에는 소학생용으로 쉽게 나온 책으로 공부를 했는데, 현대 문법과는 많이 다르다 보니 문법 공부도 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공부가 많이 됐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