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일본 총리 관저 사이트[링크] 영상에서 캡처)
다가오는 5월 1일 즉위 예정인 나루히토(徳仁·59) 천황(일왕) 시대 일본의 새 연호(年號)는 '레이와(令和·れいわ)'라고 2019년 4월 1일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해당 소식을 간단하게 다루고, 새 연호 레이와(令和)의 출전과 뜻을 자세하게 다룹니다.
목차
다가오는 5월 1일 즉위 예정인 나루히토(徳仁·59) 천황(일왕) 시대 일본의 새 연호(年號)는 '레이와(令和·れいわ)'라고 2019년 4월 1일에 발표되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4월 1일 오전 11시 30분경,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대통령비서실상, 국무총리, 정부 대변인 등의 역할을 겸하는 자리, 위 사진의 인물)의 발표로 2019년 5월 1일부터 사용될 새 연호(일본 현지에서는 원호(元号·げんごう)라고 부름)를 발표하였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담화문을 발표하며 "사람들이 아름답게 마음을 서로 모아 문화가 나고 자라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며, "화사하게 피어나는 매화 꽃처럼 일본인들이 내일을 향한 희망과 함께 꽃을 크게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새로운 연호는 2019년 5월 1일부터 사용될 예정이며, 지금의 연호 헤이세이(平成)처럼 각종 출판물, 정부 문서에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시스템을 개편하여 새로운 연호를 기존과 같이 전산상으로도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일본의 현재 천황 아키히토(明仁)는 1989년 1월 7일부터 천황 직을 수행중인데, 2019년 5월 1일자로 생전에 그 자리를 장남 나루히토(徳仁)에게 선양할 뜻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는 1817년의 선양 이후로 굉장히 오랜만에 생긴 일입니다.
새 원호(元号) 레이와(令和·れいわ)는 일본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가(詩歌)집 '만요슈(万葉集·만엽집)'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만요슈는 7~8세기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이 서기 7세기에 원호제를 도입한 이후, 중국 고전이 아니라 일본 고전에서 원호를 인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만요슈 제5권 매화의 노래(巻五 梅花の歌)에는 다음과 같은 시구(詩句)가 있습니다.
初春令月、気淑風和、梅披鏡前之粉、蘭薫珮後之香
이 시구에서 한 글자씩 따와 새로운 연호를 정한 것입니다.
위에서 적은 것처럼 만요슈 제5권 매화의 노래(巻五 梅花の歌)에는 다음과 같은 시구(詩句)가 있습니다.
初春令月、気淑風和、梅披鏡前之粉、蘭薫珮後之香
이 시구에서 한 글자씩 따와 새로운 연호를 정한 것입니다. 이를 해석하자면 ▶"이른 봄 길한 달, 상서로이 바람은 온화하고, 매화는 거울 앞의 가루를 흩날리며, 난초는 장식 뒤의 향을 흩뜨리는구나"입니다. 조금 더 과감하게 해석하자면 ▶"음력 2월(=양력 3~4월) 되니까 바람 좋고, 매화 좋고, 난초 향기도 좋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영월(令月)은 "상서롭고 좋은 달, 음력 2월을 달리 이르는 말"이며, 화(和)는 "온화하다, 잔잔하다, 곱다"라는 의미입니다.
화(和)는 일본 그 자체를 의미하는 문자로도 사용됩니다. 和服(와후쿠; 일본식 옷, 화복), 和食(와쇼쿠; 일본 식 음식; 화식), 大和(야마토; 대화) 등의 단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레이와(令和)라는 연호는 '길한 일본', '좋은 일이 많고 평화·조화로운 시대'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사람들이 아름답게 마음을 서로 모아 문화가 나고 자라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며, "화사하게 피어나는 매화꽃처럼 일본인들이 내일을 향한 희망과 함께 꽃을 크게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万葉集(まんようしゅう, 萬葉集; 만엽집) 巻五 梅花の歌에는 다음과 같은 시구가 있습니다. 참고로 혼자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구와 함께 있습니다.
初春令月、気淑風和、梅披鏡前之粉、蘭薫珮後之香
이를 현대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初春の令月にして、
しょしゅんのれいげつにして、
気淑く風和ぎ、
きよくかぜやわらぎ、
梅は鏡前の粉を披き、
うめはきょうぜんのこをひらき、
蘭は珮後の香を薫らす
らんははいごのこうをかおらす。
해석하자면 위에서 적은 것처럼 "이른 봄 길한 달, 상서로이 바람은 온화하고, 매화는 거울 앞의 가루를 흩날리며, 난초는 장식 뒤의 향을 흩뜨리는구나" 정도의 의미입니다.
▶ 令月(れいげつ; 영월)는 "무언가를 하기에 좋은 달, 길한 달, 상서로운 달; 음력 2월의 이명(異名)"을 의미합니다. 한국어 국어사전에도 있는 단어입니다.
▶ 淑(맑을 숙) 숙녀(淑女)라는 단어의 그 한자입니다.
음독으로 シュク, 훈독으로 しとやか・よい라고 읽습니다. しとやか만 나온 사전도 있습니다만 よい가 함께 나온 사전도 있습니다[링크 goo辞書]. "정숙하다, 단아하다, 좋다, 상서롭다, 품위있다, 선량하다, 좋다고 생각하여 따르다"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淑気(しゅくき; 숙기)라는 단어도 있으며, 이는 "이른 봄날의 화창하고 맑은 기운, 새 봄의 좋고 온화한 분위기, 상서로운 기운이 넘침"이라는 뜻입니다. 봄의 季語(きご; 계어, 계절을 나타내는 말)로 고전시가에서 종종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참고로 한국어 국어사전에도 있는 단어입니다.
▶ 和(やわ)らぐ는 "온화해지다, 잔잔해지다"라는 의미의 동사입니다.
그런데 화(和·わ)는 일본 그 자체를 의미하는 문자로도 사용됩니다. 和服(わふく; 일본식 옷, 화복), 和食(わしょく; 일본 식 음식; 화식), 大和(やまと; 대화) 등의 단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 또한 鏡前(きやうぜん)の粉(こ)는 직역하자면 "거울 앞의 가루"인데 여기서는 '매화가 여인이 흰 가루로 꾸미는 것처럼 펴 있다'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른 의미로 '거울 앞에 놓인 화장용 가루처럼 흩날린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 珮(はい; 찰 패)는 "사원증을 패용"한다고 할 때의 한자 佩(찰 패)와 같은 뜻의 한자입니다. 佩(ハイ)의 속자(俗字)라고 해설된 사전도 있습니다[goo辞書 링크].
만요슈가 쓰여진 시기(7~8세기)를 생각하면 奈良時代(ならじだい; 나라시대, 8세기)에 실과 옥으로 만든 예복의 장식품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weblio辞書 링크]. 여기서는 '몸에 지닌 것' 정도로 이해하면 적당합니다.
그래서 珮後(はいご)는 그 장식품(몸에 지닌 것)의 뒤, 즉 몸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珮後の香(かおり)는 난초 몸의 향, 즉 난초의 향을 뜻합니다. 앞에 나온 鏡前(거울 앞)이라는 단어와 대비되는 느낌입니다.
▶ 이상을 통해 이 시를 과감하게 해석하자면 "음력 2월(=양력 3~4월) 되니까 바람 좋고, 매화 좋고, 난초 향기도 좋다"라는 뜻입니다.
▶ 그리고 위 해석을 기초로 令和 연호 자체를 해석하자면 '길한 일본', '좋은 일이 많고 평화·조화로운 시대'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에서 발표한 출전을 바탕으로 해석하면 위와 같습니다만, 비판적으로 보는 측에서는 아래와 같이 해설하기도 합니다.
令(れい·명령할 령)은 명령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용례가 命令(めいれい·명령)이기 때문에 令을 보고 명령을 떠올리는 건 드문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흔히 명령이라는 단어는 좋지 않은 어감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일본을 비롯해 한국·중국에서도 역사적으로 令을 연호에 사용한 적은 없으며, 일본에서 이번에 사용한 것이 첫 사례입니다.
한편 뒤의 和(わ·화할 화)의 경우 주로 사용되는 용례가 平和(へいわ·평화), 調和(ちょうわ·조화)입니다. 그래서 위의 令과 묶어서 令和라는 연호를 '명령하는 정부 하에서의 평화' 등 아베 정권의 통제적 시각이 반영되었다고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습니다.